‘정치1번지’ 수성구청장 공천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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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2지방선거대구 수성구의 인구는 45만7000여 명으로 8개 구·군 중 달서구에 이어 2위다. 지산·범물, 시지, 범어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다. 중산층이 두터운 지역이다. 명문 고교가 많다 보니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입하는 사람도 많다. 수성구가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요즘 이곳 주민들은 어리둥절하다. 한나라당이 구청장 공천을 놓고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공천 내정→공천 보류→무공천 결정→재공천 등 3차례나 결정을 번복했다.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서상기)는 지난달 27일 김형렬(51) 현 구청장을 공천자로 내정했다. 하지만 다른 예비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이틀 만인 29일 김 구청장에 대한 공천을 보류했다. 이어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재심에 나서 4일 수성구청장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는 6일 다시 공천 방침을 밝혔다. 김 구청장을 제외한 공천 신청자 3명을 대상으로 7일 재심사한다는 것이다.

공천 번복은 최근 검찰이 김 구청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데서 비롯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이경호(49·구속) 대구시의원에게 2억원을 빌려 준 뒤 2002∼2008년 2억6650만원을 이자 명목(연 36%)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김구청장은 “야당 시절 그의 권유에 따라 투자했다”며 “받은 돈은 배당금이지 이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채놀이’와 ‘정당한 투자’라는 엇갈린 판단 탓에 공천이 춤을 춘 것이다.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주민 정모(46·범어동)씨는 “공천이 오락가락한 것은 후보 선정의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모(50·수성1가)씨는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의 정용 예비후보는 “이는 책임 있는 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진훈 예비후보 측은 “위법행위로 기소된 사람을 무리하게 내정한 게 문제였다”며 “재심사에서는 공정한 선정작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후보들은 한나라당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중앙당의 최고위원회와 공심위의 입장이 달라 빚어진 일”이라며 “결국 현 구청장을 배제함으로써 원칙을 지킨 셈”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구와 달성군에서는 한나라당과 무소속 예비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구는 무소속의 현 구청장인 서중현(58)씨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강성호(43)씨가 맞붙는다. 서 구청장은 구청장·국회의원 선거에 잇따라 출마하는 등 서구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서구에서 시의원을 지낸 강씨는 참신성을 갖춘 여당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달성군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석원(64)씨와 무소속의 김문오(61)씨가 경합하고 있다.

이씨는 달성군의회 의장이고, 김씨는 대구MBC 보도국장을 지냈다. 김씨는 무소속 출마 예상자들이 연합해 내세운 후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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