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숨어있는 야권표’로 역전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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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국민참여 경선대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한명숙 후보(가운데)가 정세균 대표, 최규식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왼쪽)과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6.2지방선거민주당이 6일 서울시장 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를 선출했다.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강당경선’에서 이변은 일어날 수 없었다. 경선은 한명숙·이계안 후보에 대한 100% 여론조사로 진행됐다. 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한명숙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 후보 측이 TV토론 없는 여론조사 경선에 합의하면서 "득표율은 공개하지 말자”고 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조차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6·2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4년 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대결에 이은 두 번째 남녀 성대결 구도가 잡혔다. 두 사람은 ‘현직 시장 대 전직 총리’ ‘보수 대 진보’ ‘40대(오 시장)와 60대(한 전 총리)’란 점에서도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지지율은 오 후보보다 10~20%포인트가량 낮은 상태다. 일부 조사에선 20%포인트 이상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한 후보 측은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하고 TV토론도 거부한 채 밋밋하게 경선 과정을 흘려 보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우상호 대변인은 “그간 오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린 반면 한 후보는 본격적인 후보 행보를 시작하지 않았던 상태”라며 “조만간 추격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격을 자신하는 건 ‘야권의 숨은 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의 조순 후보가 초반엔 20%포인트가량 뒤지다 게임을 뒤집은 적이 있다. 지난해의 각종 재·보선 때도 야당 후보들이 처음엔 20%포인트 정도 처졌다가 5%포인트 이상 승리한 경우가 꽤 있다. 민주당은 이런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날 걸로 기대한다.

한명숙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이명박·오세훈 두 시장이 부수고 파헤치고 망가뜨린 지난 8년의 빼앗긴 서울을 다시 찾아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겉치레 서울은 잊어 달라.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특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오 후보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같은 정책을 ‘겉치레’라고 공격하면서 복지·일자리·교육 정책 공약 제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게 한 후보 측 전략이다.

캠프에선 ‘한 후보의 인생 스토리’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신혼 6개월 만에 감옥에 간 남편(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을 13년간 홀로 뒷바라지한 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여성 운동을 한 점, ‘첫 여성총리’로서의 국정 경험 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진보신당 노회찬, 민노당 이상규 후보와의 단일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하나가 되는 것만이 필승의 길”이라며 “모든 것을 걸고, 온몸을 던져 범민주세력의 후보로 진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의 시정 경험이 내 강점이고, 깨끗한 도덕성과 미래비전이 (한 후보와) 대비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후보는 수사 받으랴, 재판 받으랴 마음을 많이 빼앗기면서 깊이 고민할 시간이 적었을 것이므로 토론과 정책발표 등의 과정을 거치면 (나와) 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한 후보는 7일 오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에서 토론대결을 한다. 선거가도에서 첫 번째 진검승부다.

글=강민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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