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속에서 끄집어 낸 손
그걸 다시 먹어 버리고 말지.
시인은 노래하고 악사는 연주하는 태초의 밤
그런 시간에도 블루스는 추어지고
혼자 남은 사람의 방 한 칸,
천정이 무너앉는 순간
벽의 저 먼지 같은 사라짐, 그 시각.
-정은숙(1962~ )'사랑하는 관계는 구토다'
'물의 아름다움을 많이 거둬들여 저장해 둔' 게 화가 모네였다면, 정은숙씨와의 첫 대면은 도시 감각이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 짜부라질 것 같은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두려움의 선입견은 '관계'이자 도시적 개방이다.
먼저 프로포즈한 여자는 그게 못마땅해 내민 손을 먹는다. 관계를 끝낸 남자가 사라지자 천장이 내려앉는다. 혼자 남아 구토가 뒤따른다. 낯뜨거움, 어린 시절 물안개는 간 데 없고, 구토증만 남는다. 저장해 둔 언어, 그 물로 입을 헹군다. 낯설지 않다. 동화돼 버린다.
김영태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