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술관들 '더 크게 더 넓게' 재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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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세계 곳곳의 미술관들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새 건물을 짓고, 기존 건물을 재단장하고 확장하고 있다. 더 큰 미술품, 더 많은 관객,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이같은 흐름은 21세기 미술관의 새로운 개념을 반영한다.

미국의 미술월간지 'ART NEWS' 10월호는 머릿기사로 이같은 흐름을 분석했다. 다음은 그 요약.

미국 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은 지난해 신관을 개관한 뒤에 관객이 현저히 늘었다. 8천3백만달러를 들여 신축한 오드리 존스 벡 빌딩은 일반 관객뿐 아니라 미술관의 대표.큐레이터.재단이사.건축 컨설턴트 등이 견학오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20여곳 이상의 미술관에서, 앞으로 15년 동안에 걸쳐 이뤄질 휴스턴의 대규모 확장계획을 연구하러 대표단을 파견했다.

휴스턴의 사례는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건축 붐의 한 예에 불과하다. 피터 마르지오 관장은 "세계적인 미술관 건축붐은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뉴욕에만도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파크 애브뉴 본부, 마일 미술관의 뉴이 갤러리, 미국 민속박물관의 8층짜리 신관 등 10여곳의 신관이 올해 중에 문을 연다.

브루쿨린 미술관, 브롱크스 미술관, 퀸즈 미술관은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거나 이를 위한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 뉴욕 이외에선 밀워키 미술관의 날개달린 파빌리온, 렘 쿨하스가 설계한 라스베이거스 구겐하임이 이달에 문을 열었다.

독일 바덴바덴의 리타드 마이어 빌딩, 미국 빌록시의 프랭크 게리 뮤지엄을 포함, 일본 도쿄에서 프랑스의 르노에 이르는 세계 전역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술관의 개념자체가 진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술관은 예술과 관객을 만나게 하는 장소다. 만남은 단순한 전시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만남이어야 한다" (네덜란드 건축협회 아론 베츠키 대표)

이에 따라 미술관들은 시민회관, 휴게실, 학습센터, 거실, 순례장소, 독신자용 바, 명상실까지도 갖추려고 한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준비 중인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워커 아트센터의 홀브리히 관장은 "과학박물관, 어린이 전시장, 초대형 쇼핑몰 등의 장점을 합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2005년에 '미술관 이상의 그 무엇'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붐은 20세기 말에 시작됐다. 관객이 늘어남에 따라 편의공간을 넓혀야 했고 특히 현대미술품은 전시와 저장에 과거보다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데다 순회전시가 많아지면서 여분의 전시공간도 필요하게 된 것.

또한 미술관 증개축 붐의 배경에는 1990년대의 경제호황으로 자금 모집이 쉬웠던데다 건물 자체를 첨단화하려는 심리도 자리잡고 있다.

97년에 개관한 구겐하임 빌바오 분관은 스페인의 쇠락해가는 산업도시를 일약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바꾸어놓았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분관은 파동치는 원기둥 모양과 티타늄 외벽 덕분이다.

미국의 워즈워드 아테니움 미술관측은 "설계 중인 신관건물이 하트포드로 가는 84번, 91번 주간(州間)고속도로에서도 눈에 확 띄어 꼭 와보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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