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생산으로 무역장벽 넘는다] 대기업 중심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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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생산이 종전의 사후처리식(End-of-pipe) 환경관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중견 대기업들까지 근래 청정생산 시스템 도입에 발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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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이 주도=현대자동차는 연간 1000억원 이상 환경 관련 투자를 하고 이 가운데 30% 가량을 청정생산 구축에 쏟고 있다. 무공해 차 연구개발비 다음으로 많다. 한화석유화학의 경우 2000년 71억을 들여 만든 멜라닌 합성공정 청정생산 설비를 갖췄다.

한화는 이를 통해 연평균 33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어 2년여 만에 투자금액을 회수했다.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부품을 세정하는 장비를 만드는 케이씨텍은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세정 과정을 단순화해 대규모 클린 룸이 필요없게 됐고 물 낭비도 줄였다. 예전의 액체 약품 세정방식은 물로 한번 더 씻는 과정이 필요했다.

◆ 대기업-협력업체 상생 모델=문제는 대기업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래 대기업과 계열 협력업체의 협력 모델이 움트고 있다. 삼성전자는 3000여개의 협력업체들의 납품 물건에 6가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LG전자는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유해부품의 대체물을 연구중이다. 환경친화적 신제품 개발에는 협력업체 직원도 참여시킨다. 또 개발된 친환경 물질은 각 협력사 협의회를 통해 공유한다. 자사가 보유한 환경기술을 협력업체에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차의 '전 과정평가(LCA)'나 '환경친화적 설계기술(DfE)' 같은 시스템이 그것이다. LCA란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전 과정에 걸쳐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기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자동차 특성상 제품의 환경문제를 개선하려면 1차, 2차,3차 협력업체의 '녹색화'(그린경영)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앞서 달려가는 선진 기업=미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수백명의 환경전문 엔지니어가 전 세계 부품업체를 돌며 폐기물을 줄이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협력업체 환경 가이드라인'을 통해 환경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무공해 차로 세계시장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도 '환경'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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