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땐 외교문제… 손대면 '탈북자 외면'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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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탈북자 급증으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2년 처음으로 한해 동안의 탈북 귀순자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벌써 1500명을 넘었다. 분단 이후 한국에 온 탈북자가 6000여명인 점을 감안할 때 폭발적인 증가세다.

최근 들어 해외공관 진입을 통해 한국행을 시도하는 등 입국을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시행 등으로 사안이 복잡해지자 정부도 해법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브로커에 의한 탈북.입국 움직임이 오히려 한국행을 희망하는 순수 탈북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월 말 동남아 탈북자 468명의 입국과 관련해 북한의 반발이 거세지자 "북한 내 주민을 '유도 탈북'시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면서 제3국에서 순수 탈북 지원활동을 해온 대북 인권단체나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NGO)는 활동이 위축되거나 도덕성을 의심받는 수난을 겪고 있다.

피랍탈북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19일 "최초의 탈북자 해외공관 진입 사례인 2002년 3월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 사태는 탈북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의 공관 진입은 대부분 돈벌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탈북자의 정착지원금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현재 탈북자 1인에 3590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내년 1월부터는 기본급 2000만원을 지급하고 최대 156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바꾼 것이다. 북한의 가족을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통장깡'을 막아보려는 취지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정부는 토로한다. 탈북 알선 브로커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는 데다 자칫 정부가 탈북자의 한국행을 방해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외교문제도 꼬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거리다.

◆특별취재팀=유광종 베이징 특파원, 이영종(정치부).민동기.임미진.박성우(이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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