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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 재테크] 1. 아파트 · 분양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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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동산 투자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활황세를 이끌어온 저금리 약발은 서서히 떨어지는 반면 경기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상반기처럼 묻지마 투자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파트.재건축.상가.원룸 등 주요 부동산 상품에 대한 새로운 재테크 전략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주부 김성희(37)씨는 요즘 즐겁다. 지난 5월 구입한 경기도 파주시 운정지구 동문아파트 32평형 분양권이 4개월 만에 1천5백여만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 이 아파트 분양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분양가가 9천8백만원으로 싸 마음이 쏠렸지만 구입을 미뤘다. 분양권 값이 한동안 오르기 힘들다고 보고 입주 6개월 전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 예상대로 분양권 값은 꿈쩍도 하지 않다가 올 봄부터 꿈틀거렸고, 김씨는 마침내 내집마련 계획을 실행했다. 당초 분양받은 사람보다 계약금.중도금을 늦게 냄으로써 이자분 이상 이익을 본 셈이다.

지난해 주식투자로 5천여만원을 날린 자영업자 박재준(42)씨는 올해 주상복합아파트에 투자해 3천여만원을 복구했다. 분당 신도시 파크뷰, 선릉역 대우아이빌,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삼성동 LG리더빌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 5~6건씩 청약했다. 수요층이 두터운 평형에 집중 투자, 당첨된 후 곧바로 되파는 '단타'로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처럼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인 때도 시기를 잘못 잡거나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한 사람들은 실패했다. 주부 이영자(53)씨는 지난달 서울 잠실에서 나온 주상복합아파트를 5천만원의 웃돈을 주고 샀다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청약열기에 휩쓸려 샀지만 미국 테러참사 후 분양권 값이 떨어지고 거래마저 끊긴 때문이다. 차분히 시장상황을 살폈다면 웃돈을 적게 주고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에 후회만 남는다.

회사원 곽재구(40)씨도 지난 8월 재건축대상아파트를 샀다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시공사가 내건 계획만 믿고 서울 잠원동 H아파트 35평형을 3억8천5백만원에 샀는데 값이 2천만원이나 내렸다. 郭씨는 "계약 후에야 용적률 하락과 지구단위계획 때문에 사업추진이 늦어지고 부담금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았다"며 "재건축대상 아파트 투자의 허상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저금리 약발이 떨어지고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아파트 시장에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투자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꼼꼼한 분석과 현장조사를 통해 투자전략을 세우면 金씨와 朴씨처럼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저금리만 믿고 달려들었다가는 李씨와 郭씨처럼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현 시장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분양권 거래가 급감하고, 재건축시장은 시공사 선정 등의 재료에도 불구하고 약세다. 분양시장은 유일하게 열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저금리 속에 가려져 있던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미국 테러참사 이후 수면 위로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는 수요층이 두터워 경기 상황에 민감하지 않은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가수요가 많고 경기에 민감한 주상복합.오피스텔보다 일반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신규분양이 낫다는 것.

분양권은 분양 초기보다 입주가 6개월~1년 남은 시점에 구입하고, 재건축 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시점보다 건축심의를 통과해 사업계획이 투명해질 때 투자성을 따져보는 게 좋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상반기처럼 가격 메리트가 있을 때는 묻지마 투자도 통하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악재가 많은 요즘은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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