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국가 비전…' 독자 참여 장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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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인식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는 경제 불안,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치, 이용호게이트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특권층의 부패 등 총체적 난국 때문이다.

서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고 미래는 절망적으로 비친다. 문제를 진단하고 국론을 결집해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가장 이기적이며 부패하고 싸움만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창간 36주년 기념 기획의 일환으로 '국가 비전 만들기' 를 내놓은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어떤 신문은 다른 신문을 비난하기에 바쁘고, 또 어떤 신문은 정부 여당 헐뜯기에만 정신없는 것에 비하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셈이다.

'표류하는 우리 사회, 해법을 찾아/국가 비전 만들기 중앙일보가 나섭니다'에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고 기획의 배경을 밝힌 중앙은 관련 특집인 '문제를 알아야 답이 보인다' 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8개 분야 42개 이슈를 제시하면서 이를 비전 찾기의 지표로 삼겠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은 기획 기사에 강한 중앙일보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몇 년 전부터 해온 연례 사업이지만 올해엔 더 개선된 기준을 바탕으로 실시됐다. 이 평가는 현실에 안주하던 대학 사회에 실력 경쟁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신 3차산업 시대 서비스산업 강국이 되자' 시리즈는 새로운 국가생존 전략에서 서비스 산업이 지니는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미국의 패권에 맞설 유일한 나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깊이있게 알아 교훈을 얻자는 취지로 기획한 두 개의 연재물도 위의 것들과 함께 '국가 비전 만들기' 의 연장선 위에 놓을 수 있겠다.

주 1회 싣는 '니하오 중국'은 '현미경으로 본 중국인, 중국문화' 란 부제가 말해주듯 사람과 삶의 무늬를 중심으로 이 나라를 재미있게 분석하고 있으며, '정운영의 신 중국경제 대장정'은 고도 성장하는 중국의 역동적 발전상을 필자 특유의 시각과 필치로 잘 그려내고 있다.

중앙일보의 국가 비전 만들기가 1회성의 형식적 특집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지면을 지속적으로 배정하면서 많은 두뇌를 동원하여 내실있게 꾸미는 것은 물론, 일반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통일 문제와 관련한 중앙일보의 역할을 기대한다. 최근 국내 언론의 논조는 대북 포용 정책을 놓고 찬반으로 갈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관계 개선을 하지 않으면 탈냉전 시대의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 통일 비용보다 분단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 등을 구체적인 분석과 자료를 통해 중앙 지면에 반영했으면 한다.

2차 대전 때 가미카제 특공대의 비행기 자폭 공격과 인류 최초의 원자탄 폭격을 주고받은 미국과 일본이 종전 이후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된 사례를 되새기면서, 남북한이 과거에 얽매여 민족의 미래를 그르치지 않도록 하는 데 신문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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