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연의 패션읽기] 블랙도 느낌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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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모두 블랙이다, 무엇을 입어야할까?

패션은 경기(景氣)와 상관이 가장 많다. 호경기에는 나풀거리고 화려한 형형색색의 옷들이 인기를 누린다.

불경기에는 다소 경직된 듯한 이미지의 옷들만이 쇼윈도에 쓸쓸히 걸린다. 이번 가을.겨울에는 불경기를 예견이라도 한 듯 디자이너들이 모두 검은색 옷을 내놓았다.

'유행을 보려면 서울 청담동에 가야 한다' 는 말이 있다. 그곳에서는 요즘 '셀렉트 숍' 이라는 편집 매장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며칠 전 한 편집 매장을 둘러보고는 블랙의 유행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진열된 옷들이 모두 검다 보니 휙 둘러보는 식으로 옷 구경을 하면 뭘 봤는지도 잘 모를 정도다.

똑같은 블랙 옷 중에 도대체 어떤 걸 골라야 할까?

블랙 컬러에 대한 몇 가지 사전 지식을 정리해보자.

첫째, 블랙에도 다양한 컬러가 있다. 블랙 새틴의 섹시한 느낌, 블랙 스웨이드의 부드러운 느낌, 블랙 벨벳의 깊은 느낌, 블랙 모피의 풍요로운 느낌…. 소재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색깔의 톤도 다르다. 서로 다른 소재가 조화롭게 덧대어진 디자인이라면 블랙 옷이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다.

둘째, 허리선이 높이 올라간 낭만적인 실루엣(옷의 윤곽)을 골라라.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에드워드 5세 시대 '에드워디안 룩' 의 영향으로 높이 올라간 허리선과 부풀려진 소매, 흐르는 선의 묘미를 살린 실루엣이 선보인다.

셋째, 더블 버튼과 남자 옷 같은 턱시도 수트가 부활했다. 더블 버튼의 유행은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밀리터리 룩의 영향이다. 러시아 장교를 연상시키는 롱코트나 해군복 스타일의 피코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 재킷은 넓어진 칼라, 각진 어깨, 엉덩이까지 덮는 길이, 한뼘이나 내려가는 단추 위치 등 턱시도 스타일이 인기다.

손기연 <월간 '더 스타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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