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자봉' 변규창· 다나베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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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신문이나 TV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나쁘지 않아요. 직접 만나본 한국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 (다나베 가오리)

"우리 부부가 월드컵 기간 중 같은 일을 하며 힘을 합하는 모습을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물론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 (변규창)

지난해 10월 국제결혼, 꼭 1년을 맞은 한국인 남편 변규창(35)씨와 일본인 아내 다나베(28) 부부는 내년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예고하는 상징 같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고 있는 변씨는 월드컵 개최라는 국가적인 대사를 맞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월드컵 기간 중 생업을 전폐하고 자원봉사자로 나서기로 했다. 물론 아내와 함께다.

나란히 미디어 분야 자원봉사를 신청한 변씨 부부는 25일 발표된 자원봉사자 최종 선발에서 보기좋게 함께 합격했다.

변씨 부부의 자원봉사자 선발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도쿄전문대를 졸업한 변씨는 한때 국내 모 전문지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 외국 언론, 특히 일본 언론들을 상대하는 미디어 분야에 적격이다. 다나베는 건국대 어학당 한국어과에 6개월째 다니고 있고 일본에서 자원봉사에 참가한 경험도 있어 역시 활약이 기대된다.

변씨는 부부가 같은 분야에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껄끄러운 관계라는 주변, 특히 외국인들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거침없이 밝혔다.

다나베는 "축구 한·일전이 벌어지면 처음에는 서로 모국을 응원하다 10분쯤 지나면 번갈아가며 한국과 일본을 함께 응원하게 된다" 며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인들간의 갈등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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