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쇼크] 유사금융 사기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유자금 5천만원을 굴릴 곳을 찾던 崔모(61)씨는 지난 6월 광고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C리츠사의 휴게소 건립에 투자하면 월 15%의 확정 배당을 주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게소 토지를 투자자 이름으로 가등기해 준다는 광고였다.

崔씨는 안전판이 있는 고수익 상품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는데 얼마 뒤 업주가 자취를 감추면서 밑천을 날렸다.

최근 이와 같은 유사 금융업체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예금이자가 낮자 고수익 미끼를 내걸면 솔깃해 넘어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유사수신 혐의로 사법당국에 통보된 업체는 90개. 지난해 같은 기간(28개)의 세 배다. 여기에 금감원이 확인 중인 업체가 30여개에 이른다.

유사금융업체에 넘어가 피해를 본 사람들은 여전히 고금리에 대한 향수를 떨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사금융업체들은 그전처럼 배 이상 수익이라는 턱없이 높은 금리 대신 연 30~60%의 '설득력 있는(?)' 금리로 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를 유혹한다.

이들은 사업계획도 그럴싸하게 꾸민다. 새로운 투자기법인 리츠(부동산투자신탁)나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를 가장하거나 투자대상 부동산을 가등기해 주거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며 안전성을 강조한다.

사기 수법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 붐을 타고 리조트나 납골당.오피스텔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모으는 사례가 많아졌다.

40~50대 주부를 모집책으로 활용해 투자유치 실적에 따라 유치액의 2%를 성과급으로 주는 다단계 수법도 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 수십%의 이자나 배당금을 제시하는 업체는 일단 사기라고 의심해야 한다" 며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관련 감독기관을 통해 정식으로 등록한 금융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