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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신 - 제1부 질풍노도 (39)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장보고(張保皐).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장보고였다.

장보고, 그가 태어난 것은 불분명하지만 그가 죽은 것은 신라의 문성왕 8년이었던 846년이었다. 그러므로 장보고는 신라승 도현이 실존하였던 839년부터 858년 사이에 실재하였던 뛰어난 역사적 인물인 것이다.

특히 장보고는 당나라와 신라 그리고 일본을 잇는 바다를 지배하였던 해상왕(海上王)이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신라선단(新羅船團)을 이끌던 맹주(盟主)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장보고가 지휘한 신라선단을 이용하지 않고는 일본의 견당사뿐 아니라 당나라로 구법여행을 떠나는 그 어떤 스님들도 당나라에 입국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오죽하면 그 당시 일본인들은 장보고가 이끄는 '신라선단' 을 '견당선(遣唐船)' 이라고까지 불렀을 것인가.

그뿐인가.

당나라와 일본어에 함께 능통한 통역관 역시 신라선단에 승선한 장보고 휘하의 신라인들이었으며 이들은 통역뿐 아니라 견당사 일행의 온갖 편의, 즉 선박의 구매와 수리, 관공소와의 교섭, 재당 신라인과의 연계, 학문승들의 수학.순례.귀국 등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을 수행하던 첨병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장보고가 생존하였던 시기에 당나라에 입국하였던 엔닌의 일기에는 장보고의 이름이 서너차례 나오고 있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 현장(玄□)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와 더불어 '세계3대 여행기' 중의 하나인 엔닌이 쓴 일기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나오는 장보고에 관한 내용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서기 839년 4월 2일.

바람이 서남쪽으로 불었다. 대사는 여러 배의 관리들을 불러 떠날 문제들을 의논하면서 각자의 의견들을 말해보도록 하였다. 두번째 배의 나가미네 노스쿠네가 말하였다.

'생각컨대 대주산은 신라의 정서쪽에 있는데 만약 우리가 그곳에 이르렀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다가는 그 재난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신라는 지금 장보고가 난을 일으켜 내란에 빠져 있는데, 서풍이나 서북풍을 만나는 날이면 우리는 반드시 적의 땅 신라에 닿을 것입니다…(후략)…. ' "

"서기 839년 4월 20일.

이른 아침에 신라인이 작은 배를 타고 와서 전하는데, 장보고가 신라의 왕자와 공모하여 반란을 일으켰으며, 그 왕자가 왕위에 올랐다고 한다. 남풍이 강하게 불고, 조류마저 역류하여 배를 타지 못하고 동서로 왔다갔다 하니 흔들림이 아주 심하다. "

"서기 839년 6월 7일.

정오쯤에 북서풍이 불기에 돛을 올리고 나아갔다. 오후 2, 3시 무렵에 적산의 동쪽 해변에 배를 대니 북서풍이 몹시 분다. 적산은 순전히 바위로 되어 있으며, 매우 높다. 이곳은 문등현(文登縣), 청녕향(淸寧鄕), 적산촌(赤山村)이다.

산속에 절이 있는데 그 이름은 적산 법화원(法華院)이다. 이는 장보고가 처음 세운 절이다. 그는 이곳에 토지를 갖고 있어서 양식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 토지에서는 1년에 5백섬의 쌀을 소출하고 있다…(중략)…절의 남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있고, 물이 정원을 관통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동쪽으로는 바다가 멀리 열려 있고, 남서쪽으로는 산봉우리가 겹쳐 이루어져 있는데 다만 남서쪽으로만 비탈이 있을 뿐이다…. "

"서기 839년 6월 27일.

듣자니 장보고 대사의 교관선(交關船)두척이 적산포(赤山浦)에 도착했다고 한다. "

이처럼 엔닌이 쓴 일기에는 그 당시 바다의 영웅이었던 장보고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보고가 민애왕(閔哀王)을 죽이고 신무왕(神武王)을 즉위시킨 정변에서부터 중국의 적산촌에 1년에 5백섬을 소출할 수 있는 법화원이라는 큰 절을 세운 것, 중국과 교역활동을 활발히 벌여 견당매물사(遣唐買物使)란 교역사절을 중국에 파견하였는데 그 무역선을 교관선이라고 불렀던 것을 보면 그 당시 장보고의 위용을 엔닌의 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엔닌의 일기에는 그 당시 해상왕 장보고의 위엄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기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글=최인호

그림=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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