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안방극장 상영작을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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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최근 몇 년새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TV에서도 한국영화의 '파워'가 부쩍 커졌다. 과거엔 방송사에 팔리는 한국영화의 판권료(방영권료)가 외화에 비해 많이 밀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근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는 대작을 비롯해 작품성이 뒤어난 한국영화가 제작 되면서 판권료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중 TV를 통해 방영되는 한국 영화는 '친구' 이전 한국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가졌던 '공동경비구역 JSA' 를 비롯,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춘향뎐' (임권택 감독),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 (김지운 감독),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등이다.

SBS는 '공동경비구역 JSA' (10월 3일 밤9시50분)의 TV 판권을 10억원대에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당 계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편을 묶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나오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최고 12억원까지 추정하기도 한다.

SBS는 이 액수로 향후 3년 동안 3회를 방영할 권리를 갖는다. 이 금액은 외화.한국 영화를 통틀어 역대 최고 가격이다. 여태까지 최고 높은 판권료로 팔린 한국영화는 역시 '쉬리' 다. 1999년 개봉한 '쉬리' 는 KBS에 케이블 TV 방영권료를 합쳐 6억원을 받고 팔렸다.

한편 '반칙왕' (SBS 10월 2일 밤11시)과 '춘향뎐' (KBS1 30일 밤11시20분)도 각각 2억원 이상의 방영권료를 챙겼다. 'JSA' 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할리우드 대작에 비견할 만한 액수라는 게 방송계의 분석이다.

상업성이 덜하지만 홍상수 감독 특유의 사실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강원도의 힘' (MBC 29일 오전 1시45분)도 1억원에는 못미치지만 괜찮은 대접을 받았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는 외화 가격의 20~30%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가격이 비슷해졌을 뿐 아니라, 편 수가 제한돼 있다보니 방송사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MBC영화부 김종민 PD는 " '쉬리' 이후 한국 영화가 TV에서도 경쟁력이 부쩍 생겨 방영권료가 크게 올랐다" 며 "한국 영화를 시청자들이 선호하게 된 데다 작품의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 고 말했다.

SBS는 '공동경비구역 JSA' 를 방영하는 당일 광고 수주도 평소보다 20~30% 늘려 잡을 예정이다.

한편 올 최대 화제작인 '친구' 도 방영권 판매를 앞두고 있는데 최소 8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영화를 배급하는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 아직 한국 영화의 TV방영권료는 그리 높지 않은 편" 이라며 "작품만 받쳐준다면 앞으로 더 강세를 보일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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