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17일 증권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44개사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총매출액은 145조원으로 1.4%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5%와 2.8%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실적 둔화 흐름이 2분기에 이어 지속됐다. 1000원어치를 팔아 낸 영업이익도 1분기 119원에서 2분기 111원, 3분기 100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9월 말 현재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92.9%로 사상 최저치로 낮아졌다.
한편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701개사는 3분기 매출은 2분기보다 1.3%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와 1.9% 증가했다.
◆ 금융업은 신바람=제조업 534개사는 3분기 중 매출이 1.6% 줄고, 영업이익도 11.4% 감소했다. 이에 비해 금융업 10개사(은행 8개)는 매출이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이익은 급증했다. 영업이익이 467.1%, 순이익은 604.7%나 늘어났다. 상장사협의회 김성현 과장은 "금융업종의 실적개선은 카드사태 해결로 대손충당금 부담을 털어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3분기엔 내수와 수출 기업 실적 증가세가 모두 꺾였다. 대신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철강.화학 등 소재산업의 실적은 더 좋아졌다.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가 나타난 셈이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자동차, 전기전자 등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 기업별 명암=10대 그룹 중 3분기 순이익이 2분기보다 늘어난 곳은 SK.한진.롯데.금호아시아나 등 4곳이었다. 해운.항공.정유화학 업종 등의 활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LG.현대자동차 등 빅3 그룹의 3분기 순이익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개별 기업 중에선 하이닉스 반도체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9월 1조3311억원 적자에서 올해는 1조506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기업은 강원랜드로 이 비율이 49.9%나 됐다.
3분기 실적엔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락 흐름이 반영되지 않았다. 증시 분석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보기술(IT) 업종의 경기 하강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내수 부진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