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는 자상한 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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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셨으면 했는데 멀리서나마 자상한 그분께 명복을 기원합니다.”세계합기도무도연맹 최돈오(54)총재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소식에 안타까워 했다.한 참 전이지만 한국과 교류가 없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그것도 아라파트를 수반을 임종전 마지막으로 만난 한국사람이 최 총재다.

최 총재가 아라파트 수반을 만난 것은 올해 4월.요르단 강 서안 라말라 청사에서 합기도·태권도 시범을 보여달라는 아라파트 수반의 요청이 있었다.3월말부터 팔레스타인 내 주요도시를 돌며 11개학교에서 한국의 무도를 소개하고 태권도 승단심사를 해오던 최 총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최 총재가 만난 아라파트는 너무나 ‘자상한 할아버지’였다.시범을 끝난후 집무실로 최 총재를 데리고가 다과회를 열어주었다.“과자를 직접까주고 내 손을 꼭잡고 있곤했다”고 최총재는 회상했다.“40년을 ‘테러리스트’로서 그리고 아직도 테러가 항시 일어나는 팔레스타인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따스한 웃음을 계속 지으며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달라”고 최 총재에게 부탁했다.치안과 정치불안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팔레스타인에 앞으로도 계속 와달라며 아라파트는 이 한국인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대체로 건강했지만 그의 손에서 가느다란 떨림을 느낄 수 있었어요.입을 떨면서도 팔레스타인과 세계 평화를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최 총재는 당시만 해도 건강했던 아라파트 수반이 갑자기 쓰러지고 운명하게 된 것을 못내 가슴아파했다.

“합기도 명예단증을 받을 때, 태극기가 선명한 검은 색 도복을 입으면서 아라파트 수반은 너무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좋아했어요.”아라파트가 없는 지금도 최 총재는 그의 웃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최 총재는 또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승단기회가 거의 없어 발을 구르고 있는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을 위해 시간된 되면 자주 그곳을 들르겠다고 다짐했다.

카이로 = 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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