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반테러 연합전선' 멈칫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테러응징을 위해 미국이 추진 중인 국제 연합군 결성 작업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테러가 발생한 지 18일로 일주일째를 맞으면서 국제사회가 협조에 조건을 붙이거나 응징작전 참여를 아예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구상 중인 반(反)테러 연합전선이 중대 난관에 봉착했다고 19일 보도했다.

◇ 곤경에 처한 미국=미국의 동맹국들은 보복전쟁에 행동으로 동참하기에 앞서 열심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전쟁에서 치러야할 희생과 비용을 꼼꼼히 따지고 그 대가로 미국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테러대전 참여 요구에 아직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큰 희생자를 낸 영국과 우파 정권이 집권 중인 스페인만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보복전쟁 참여 여부를 놓고 국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분명한 태도 표명을 꺼리고 있다.

더욱이 이들 국가는 최근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기에 이번 사태로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미국의 응징작전에 앞서 엄격한 검증과 증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군사행동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와 명확한 목표가 전제돼야 한다" 고 테러보복전에 단서를 달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중동의 친미 성향 국가들도 같은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껴 전쟁발발시 병력동원이나 장비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미국이 군사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총력전 나선 부시외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8일부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과 연쇄정상 회담을 열고 반(反)테러 연합전선을 다지기 위한 다자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19~21일 러시아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유럽연합(EU)의장국인 벨기에의 루이스 미셸 외무장관, 탕자쉬안(唐家璇)중국 외교부장 등 10여명의 각국 외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고강도의 외교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비록 반테러에는 지지입장을 보이곤 있지만 보복작전에 동참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한편 러시아의 아나톨리 크바쉬닌 합참의장은 19일 "향후 미국의 반테러 군사작전에 참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쐐기를 박아 미국의 연합전선 결성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