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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완등 20명 중 대한민국이 4명, 고산 등반 세계 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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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오은선 대장이 8000m 이상 봉우리 14개를 모두 등정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오 대장의 등정은 개인 신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다. 유럽 선진국이 주도했던 고산 등반의 세계사를 해발 2000m가 넘는 산 하나 없는 나라에서 다시 쓴 것이다.

27일 오은선 대장 일행이 안나푸르나 정상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은 거셌다. 8091m 정상이 200∼300m 남았지만 시간은 네 시간이 더 걸렸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산악 최강국=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사람은 오 대장을 포함해 20명밖에 없다. 국적으로 따지면 11개 국가다. 대부분이 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등 유럽의 전통 강호고, 아시아에선 대한민국과 카자흐스탄만이 14좌 완등국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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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한국은 완등자를 4명이나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2000년 엄홍길 대장을 시작으로 이듬해 박영석 대장, 2003년 한왕용 대장, 그리고 이번에 오 대장이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탈리아가 3명, 폴란드·스페인이 2명씩이다.

14좌 완등 기록에 더해 2005년 박영석 대장이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2007년엔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16좌를 처음으로 완등했다. 그리고 오은선 대장이 여성 최초의 14좌 완등 기록까지 세우며 산악 최강국의 명성을 이어간 것이다.

◆국가대표 등반=남한 최고봉은 1950m의 한라산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고산 등반 세계 최강국이다. 이에 대해 엄홍길 대장은 “우리나라엔 고산 등반 자체가 없다”며 “그래서 열망이 더 컸고, 한국인 특유의 승부 근성을 자극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고산 등반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른바 국가대표를 선발해 육성·지원한 것이다. 대한산악연맹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고산 원정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故) 고상돈 대장의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1977년)이다. 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행된 K2 원정대는 엄청난 규모로 화제가 됐다. 산악인 200여 명을 대상으로 4년이나 훈련을 시켜 최종 19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했다.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은 “한국 원정대는 개인의 명예보다는 국위 선양을 먼저 생각해 왔다”며 “한국의 알피니스트는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산을 오른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시장과 탄탄한 인프라=산림청 산하 한국등산지원센터가 2008년 실시한 등산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사람은 1560만 명, 두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사람은 1886만 명에 이른다.


등산 인구의 증가는 아웃도어 시장의 급속한 확장을 불러왔다.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 1조5000억원대에 이르고, 이들 아웃도어 업체가 해외 원정을 경쟁적으로 지원한다. 노스페이스·코오롱·K2코리아·블랙야크 등 대형 브랜드는 연 1회 이상 히말라야 원정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산악계에선 한국을 등반 강국으로 이끈 밑거름으로 대학 산악부를 지목한다. 14좌 완등자 중에서 박영석(동국대 83학번)·한왕용(우석대 85학번)·오은선(수원대 85학번)씨가 모두 대학 산악부 출신이다. 엄격한 규율로 무장된 대학 산악부의 결속력이 8000m 이상 고지대에서 더욱 공고해졌고, 높은 성공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에베레스트 등정 산악인 홍성택(용인대 85학번)씨는 “대학 산악부는 50년 넘게 한국 산악계의 근간을 이뤄왔다”며 “80년대 이후 히말라야 원정대의 주된 동력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손민호·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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