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중견기업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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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견기업을 키워보려는 정책은 한국만의 특허품은 아니다. 프랑스 정부도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중견기업 육성책을 내놨다. 심지어 이런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여건, 정책의 내용도 양국이 유사하다.

프랑스에는 아레바·르노·비방디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은 있다. 하지만 유명한 중견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도 삼성·LG와 같은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있지만 중견기업은 빈약하다. 이웃에 중소기업 강국이 포진한 점도 비슷하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독일은 중견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8.2%에 이르고, 일자리의 28.7%를 공급한다(2007년 기준).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지만 원천기술 보유,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란 ‘히든 챔피언’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도 독일엔 1174개나 있다. 반면 프랑스는 르노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유명한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

일본도 중소·중견기업의 천국인 반면 한국의 중견기업은 업체 수 0.2%, 고용 7.4%로 빈약하기 그지없다.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한국과 프랑스 모두 경제의 허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8년 3월 중견기업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정책은 올 1월 프랑스 관보에 게재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장관의 상원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공개됐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나오기 불과 두 달 전이다.

핵심은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던 OSOE(한국의 중소기업청과 비슷한 기관) 지원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연구개발(R&D) 협력을 활성화시키고, 25억 유로(약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중소·중견기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의 중견기업 육성책 역시 중소기업에만 지원되는 각종 혜택을 중견기업도 받을 수 있게 조세·금융 정책을 정비하고, 대표 중견기업을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지식경제부 문신학 기업협력과장은 “지난해 말 원전 수주를 둘러싸고 프랑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중견기업 육성책의 효율성을 두고도 경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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