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장관급회담 결산] 남북관계 시간표 다시 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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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일 끝난 5차 장관급 회담은 반년 넘게 헝클어졌던 남북관계 시간표를 다시 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의 테러참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차기 회담의 날짜를 잡는 등 당국회담 정례화에 성공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합의문 어떤 내용 담겼나〓5개 항의 합의문에 담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경협관련 사안들은 대부분 이미 앞서의 당국회담 등에서 합의됐거나 거론됐던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제3항의 '민족경제 균형발전과 경협 확대' 를 위한 9개 조치 중 새롭게 나온 것은 남북.러시아간 철도.가스관 연결사업과 민간선박의 상대영해 통과 허용문제 두개뿐이다.

경의선(京義線)철도와 개성~문산간 도로연결은 남북한이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내 남북관리구역 공동규칙안' 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라 서명.교환만 이뤄지면 당장 이행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해 9월 착공한 남측구간 공사는 지난 8월 말 현재 철도 85%, 도로 7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개성시와 판문군 평화리 일대 총 2천만평(순수공단 8백만평) 부지에 8년간에 걸쳐 조성될 개성공단은 10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며 1천2백여 입주업체에 고용인원만 16만명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남북한이 이번에 경의선 철도.도로를 우선적으로 개성공단에 연결시키기로 합의한 점은 공단 개발에 대한 양측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연결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방러 성과를 남북 협력사업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민간선박의 영해통과 문제는 북한 상선(商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무단침범 등과 관련한 분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질없는 이행 가능할까〓전례없이 많은 합의사항이 '말잔치' 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장 다음달부터 봇물을 이룰 남북 당국.민간교류를 제대로 소화해내려면 합의사항을 꼼꼼히 짚어가면서 후속논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차기 장관급 회담 장소결정 등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일 경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일단 합의이행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전력.쌀 지원 등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국민여론을 살펴야 하는 정부가 선뜻 답을 주기 곤란한 점, 테러문제로 북.미간 대화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도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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