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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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44·블랙야크)이 세계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오은선은 27일 오후 3시 정각에 (한국시간·오후 6시15분)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 1997년 7월 17일 최초의 8000m 봉우리 가셔브룸Ⅱ(8035m)에 발을 디딘 이후, 12년 9개월 10일만이다. 그는 남자까지 포함해 세계에서 20번째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이 됐다.

오전 1시 45분 안나푸르나 해발 7200m 지점(캠프 4), 오은선은 희박한 공기 속에서 힘겨운 첫 걸음을 뗐다. 작년 가을 이 지점까지 진출했지만, 제트기류로 인해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날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는 포근했다. 불과 2~3일 전까지 거세게 불던 초속 15m의 바람이 잦아든 것이다. 체지 셰르파가 길을 뚫고, 오은선이 뒤따랐다.

이윽고 3시, 드디어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았다. 꼬막 13시간 동안의 사투였다. 정상에 도전하기 전까지 오은선이 오른 최고 해발 고도는 6400m. 7000m 고소 적응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8000m 도전한 것이다. 애초 10시간 정도 예상했던 등반 시간이 길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은선은 특유의 끈기와 ‘독한 마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여성으로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이제 히말라야에서 남녀의 구분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3월 8일 출국한 오은선은 4월 4일 안나푸르나 북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2일 정상 도전에 나섰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오은선 프로필

·출생: 1966년 3월 5일 전북 남원
·신체: 키 155cm, 몸무게 50kg
·소속: 블랙야크
·학력: 수원대 전자계산학 학사
·가족: 오수만·최순내씨의 1남 2녀 중 장녀
·주요경력:
-한국 여성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 (2006)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2010)

■오은선 히말라야 14좌 등정일지

·1997년 7월 17일: 가셔브룸 II봉(8035m), 무산소
·2004년 5월 20일: 에베레스트(8848m), 아시아 여성 최초 단독 등정
·2006년 10월 13일: 시샤팡마(8027m), 무산소
·2007년 5월 8일: 초오유(8201m), 무산소, 단독
·2007년 7월 20일: K2(8611m), 한국 여성 최초
·2008년 5월 13일: 마칼루(8463m), 무산소
·2008년 5월 26일: 로체(8516m),무산소, 단독
·2008년 7월 31일: 브로드피크(8047m), 무산소, 단독
·2008년 10월12일: 마나슬루(8163m), 무산소
·2009년 5월 6일: 칸첸중가(8586m), 무산소
·2009년 5월 21일: 다울라기리(8167m), 무산소
·2009년 7월 11일: 낭가파르바트(8126m), 무산소
·2009년 8월 3일: 가셔브룸 I봉(8068m), 무산소
·2010년 4월 27일 : 안나푸르나(8091m), 무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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