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빈 라덴이냐 전쟁이냐…시한부 옥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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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을 3일 안에 넘길 것' 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공격의 목표와 범위가 간단치 않아 미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주말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았던 대(對)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준다.

◇ '3일 내 인도안' 은 다목적 카드=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3일 안 빈 라덴 인도' 를 하지 않으면 전면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사실상 최후통첩한 것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바로 공격에 들어가기보다는 탈레반과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사태해결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줌으로써 공격에 앞서 충분한 명분을 쌓는 것이다.

실제 16일까지 영국.프랑스.독일 등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전쟁' 선포에 "백지수표를 맡길 수는 없다" 며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이들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으로선 파키스탄 영공 및 군기지 이용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의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입장을 배려한다는 측면도 있다.

또 어차피 탈레반이 빈 라덴을 인도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군사작전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상전을 위한 병력 파견과 전투기.항공모함 등의 전력을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수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미군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 작전목표 설정이 가장 큰 고민=부시 정부가 현재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전쟁의 분명한 목표를 어느 범위로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미국은 '테러 혐의자인 빈 라덴 그룹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국가도 응징하겠다' 고 선언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일단 아프간 내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 캠프를 궤멸시키고 동시에 이들을 지원하는 탈레반까지 공격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빈 라덴이 분명한 목표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그의 정확한 소재파악이 문제다. 탈레반도 공격대상이 되는 것은 빈 라덴만 칠 경우 문제의 일부만 제거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이들이 아프간에 진입한 미군의 작전을 저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레반과 싸울 경우 '탈레반 전복' 까지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미국이 탈레반을 내쫓고 친미 정권을 수립한다 해도 다시 반군으로 변한 탈레반이나 다른 반군그룹으로부터 이 정권을 보호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자칫 아프간은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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