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헬스] ♂는 ♀보다 타고난 약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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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영국의 의학잡지 브리티시 메디칼 저널(BMJ)은 지난주 남자들이 들으면 서운할 소식을 실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의 사망률에 있어 남녀의 차이는 기존에 알려져 있던 성호르몬의 차이에 의한다기보다 외적인 영향에 의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여성호르몬이 여성들의 동맥경화증을 예방해 주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길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선진국 남녀 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관상동맥질환 증가는 나라마다, 시기마다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성에서 동맥경화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는 것.

남녀간 성호르몬의 차이는 변하지 않는 생리현상. 따라서 남성에게 갑자기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 것은 성호르몬의 차이라기보다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흡연과 고혈압.콜레스테롤.지방섭취.음주와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외부 요인도 남성에게만 집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연구진은 성호르몬이나 흡연.고혈압 등 다른 요인보다 남성 자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보다 취약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같은 양의 위해요인이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심한 신체적 손상을 받는다고 추정한다.

이는 비단 관상동맥질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비해 출산 전, 출산 시, 출산 후 모두 사망률이 높다. 정서적으로도 남자아이가 더 약하고 같은 자극에 대해 더 심하게 우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두뇌능력도 같은 또래 여자아이에 비해 떨어진다. 이런 약골들이 세상에 나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맞서 싸워야하니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이 아닐까.

전재석 교수<노원 을지병원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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