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슬람 모두가 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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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슬람은 유대교.기독교와 공통되는 이상과 가치들에 뿌리를 둔 종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언론들은 이슬람을 반(反)서방적이고, 비타협적이고, 폭력과 테러를 교리 안에서 용인하는 종교로 묘사하고, 비(非)무슬림 세계를 성전(지하드)을 통해 정복하려고 하는 호전적 종교로 다뤄왔다.

*** 이슬람 부흥론자 세 부류

'자마아 이슬라미야' '지하드' '신의 군대(준디 알라)' '신의 당(헤즈볼라)' 같은 과격 폭력집단의 행동이 마치 전세계 무슬림들의 소행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동서 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1991년 걸프전 이후 이슬람 이데올로기화를 부르짖으며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의 물결이 이슬람 세계 곳곳에서 거세졌을 때 서방은 이것을 '이슬람의 위협' '이슬람의 도전' 으로 보았다.

서방과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와 서방간의 대결이 이제는 이슬람과 서방간의 대결로 대체될 것이라는 담론이 일고,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이슬람 세계와 서방간의 문명 충돌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이슬람 부흥운동이 어느 특정 국가나 블록에 대항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동면(冬眠)해온 무슬림들을 각성시켜 '순수 이슬람' 으로 무슬림 사회를 되돌리려는 개혁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이슬람 부흥론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이슬람 전통주의자로 서구적인 것을 멀리 하고 옛 전통에 가치관을 두려고 한다.

둘째, 근대 개혁주의자로 이슬람을 현대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해 재해석하기를 원한다. 서구문명의 장점을 수렴하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다.

셋째,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샤리아(이슬람 법)에 의해 통치되는 이슬람 국가를 목표로 한다. 선거에 참여하고 정부에 협력하며 제도권 안에서 행동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원리주의 안에서 자라난 과격 무슬림 무장세력들이다. 이들은 실용주의나 세속주의를 용납하지 않는다.

서구이념들을 무조건 거부하고 서구적 사고와 삶의 방식에 등을 돌린다. 이들은 매우 소수지만 비밀리에 조직원을 훈련시키고 점조직화 해 호전적 무장세력이 됐다.

서구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통칭 '원리주의자들' 로 부름으로써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이들 과격 무장세력은 타락한 세속주의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폭력은 허용되고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들 손에 사다트는 피살당했고, 무바라크도 그들의 타도 대상이다. 특히 90년대 이후 이들이 자행해 온 각종 무모한 테러 행위는 무슬림 사회 안에서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이들이 전체 무슬림 중에서는 헤아릴 가치도 없을 만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슬람은 평화와 정의의 종교다. 다른 종교에 관용적이며 보편적인 형제애의 종교다. 세계인구의 5분의1이 넘는 13억 무슬림들이 55개국에 달하는 이슬람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아랍과 이슬람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잘못이다. 세계 무슬림 수 최대 국가는 인도네시아(약 1억8천만명)이고, 우리 이웃인 중국에도 2천만명이 넘는 무슬림이 있다.

이슬람 종교나 이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폭력과 테러리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원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를 구분해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 문명 충돌로 보면 안돼

또한 이번의 대참사를 종교간 갈등문제나 문명 충돌로 봐서도 안될 것 같다. 그러한 논리의 근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슬람 운동에 서구인들이 적대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원리주의 운동은 기독교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종교적 현상일 뿐이다.

서구인들이 이 운동의 확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도전과 위협, 문명의 충돌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방어의식이라는 것이 현대 이슬람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는 중동.이슬람 세계의 일부 국가가 이러한 테러 단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데 있다.

이것은 차제에 근절돼야만 하고, 무슬림 국가들 안에서 어떤 모양으로든지 과격테러분자들이 비호받는 사례가 이제는 사라져야만 할 것이다.

손주영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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