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지방선거 힘 보태달라” 손학규 “야권 단일화부터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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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야권연대를 성사시키려고 노력을 다했는데 죄송하다. 지방선거에 힘 보태주셔야 되겠다는 부탁 말씀 드리려 한다. 믿는다.”

▶손 전 대표=“먼저 야권 단일화를 이루고….”

민주당 정 대표와 손 전 대표가 26일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뼈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회동 후 우상호 대변인은 “두 분은 김진표·유시민 예비후보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공유했다”며 “이를 명명하면 ‘야권연대형 단일화’”라고 발표했다. 우 대변인은 “누가 후보가 되든, 후보가 안 된 쪽이 협력하게 만든다는 게 야권연대형 단일화”라고 부연했다.

일단 후보 단일화를 꼭 성사시켜야 한다는 대원칙에선 두 사람 간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동에서 손 전 대표는 정 대표에게 ‘통 큰 정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단일화 게임의 룰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다 경기 자체가 무산된 뒤에도 국민참여당과 계속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무엇보다 6·2 지방선거 지원을 요청하는 정 대표에게 손 전 대표는 “먼저 야권 단일화를 이룬 뒤에”라며 선뜻 답을 주지 않았다. 손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손 전 대표는 단일화가 안 되면 질 게 뻔한 선거인데, 지는 선거판에 나가는 것보다 선거 지원을 하지 않음으로써 범야권 전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가 각 당·후보들의 이기주의로 무산될 경우 심판 대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일종의 압박이다. 만약 손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는 일이 현실화되면 지방선거를 책임진 정 대표의 정치적 부담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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