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권력구도 신3각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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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민주당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여권의 새 권력지도가 완성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광옥(韓光玉)민주당 대표와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박지원(朴智元)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축으로 하는 3각의 권력구조를 구상한 것 같다" 고 분석했다. 물론 3각 구도의 중심에는 동교동계, 그 중에서도 권노갑 전 고문을 중심으로 한 구파가 자리잡고 있다.

韓대표는 일단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한다" 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당내 반발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계보를 만들었고,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에 대한 후원과 협조를 통해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다.

鄭단장의 물밑 활동도 주목거리다. 지난 1일 58명의 의원을 규합해 '중도개혁 포럼' 을 창립했으며, 최근 20여명의 특보단을 가동해 당 안팎의 여론을 金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당.정.청와대의 요직에 후보감을 추천했다고 한다.

중도개혁 포럼에 속한 의원들의 요직 진출은 상당하다. 유용태(劉容泰)노동.유삼남(柳三男)해양수산부 장관이 입각했고, 영입파인 김명섭(金明燮).강현욱(姜賢旭)의원은 각각 사무총장.정책위의장에 중용됐다.

유선호(柳宣浩)정무수석도 鄭단장과 가깝다. 당 일각에선 "과거 권노갑 전 고문의 '추천자' 역할을 鄭단장이 맡은 것 아니냐" 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鄭단장과 동교동계 구파의 핵심인 김옥두(金玉斗)전 사무총장을 모두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지 않았다. 힘을 주되 전폭적으로는 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개혁 포럼을 韓대표가 후원했다" 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韓대표와 鄭단장은 각별한 사이다. 韓대표의 직계인 박광태(朴光泰).박양수(朴洋洙)의원이 鄭단장과 함께 중도개혁 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鄭단장은 나름의 위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朴수석과 鄭단장은 전혀 협력의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관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韓대표와 朴수석.鄭단장 간의 적당한 견제와 협력을 통해 권력을 운용하려는 金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인다" 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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