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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민간인 총격' 동영상…"진심으로 사죄"

중앙일보

입력

2007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 교외에서 민간인에게 총격을 함으로써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등 12명을 살해한 사건 현장에 있던 한 미군 병사가 피해 유가족들에게 공개적인 사죄편지를 보냈다고 더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당시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이 한 인터넷 사이트 를 통해 이달 초 공개돼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미 육군 상병이었던 이선 매코드(당시 33세)는 헬기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직후 현장에 도착한 첫 번째 보병 소대원이었다. 헬기는 로이터통신 운전사가 살아서 기어가자 확인사살을 했으며, 주변을 지나던 밴 차량이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멈춰 서자 헬기는 이 차량까지 공격했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던 아버지가 탄 밴에도 총격을 가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아파치 헬기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지워버리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코드 상병은 검은색 밴 차량 안에서 울고 있는 5세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배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눈과 머리카락엔 깨진 유리조각 파편이 가득했다.

옆에 있던 10세 소년은 앞좌석에서 죽은 아버지의 피를 뒤집어 쓴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살아 있다”고 소리친 뒤 두 아이를 차례로 꺼내 안고 뛰었다. 당시 헬기 조종사는 비디오에서 “아이를 전장에 데려온 놈들이 잘못”이라고 조롱하는 모습도 나온다. 매코드 상병은 그날 밤 기지로 돌아와 아이들이 흘린 피로 범벅된 군복을 빨며 충격에 빠졌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제대 후 고향 캔자스로 돌아와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그는 이달 초 TV로 방영된 동영상 속에서 피 흘리는 아이들을 안고 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매일 반복해서 꾸던 악몽이었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며 “나도 아이들의 아버지를 죽인 시스템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 사죄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 “우리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는 마음을 이라크 국민이 조금이나마 알게 되길 희망한다”며 “어떻게 하면 그들의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 겸허하게 묻는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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