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못하는 정치문화 … 법원으로 간 ‘공천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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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당 중앙당 소재지(서울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법에는 최근 ‘(경선)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전략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줄줄이 접수됐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장 후보, 서울 금천구청장 후보로 선정되지 못한 민주당 낙천자들이 제기한 것이다. 지난달 31일엔 전북 군산시 기초의원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 최근 인천지법과 의정부지법에는 각각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천 남구청장 예비후보는 ‘후보자 선정 결의 효력정지’를, 경기도 포천시장 예비후보는 ‘공천 심사 금지’를 해 달라고 했다. “해당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불공정하다”거나 "부적격자인 후보가 있는 데도 공천이 진행된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요즘 각급 법원은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가처분 신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천을 못 받아 억울하다”며 법원에 호소하는 정치인이 늘면서다. 정치권 특유의 “끝까지 가 보자”는 생각이 ‘법의 정치 개입’까지 불러오는 셈이다.

그러나 법원이 그런 신청을 받아들여 후보 결정 효력 등을 정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대한 문제가 없는 이상 정당 공천에 개입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이달 2일 민주당 충북 음성군수 예비후보가 제기한 ‘경선 후보자 선정 무효 가처분 신청’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낙천자들이 법원까지 가는 까닭은 공천의 제도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정당이 공천 절차를 제도화하지 않고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맞춰 지역마다 공천 방식을 달리하고, 당 지도부의 판단이 일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철희 수석 애널리스트도 “전략 공천 등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며 “경선 직전에 룰을 정하는 것은 미리 정해진 규칙 없이 축구경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시·도당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 선거 때마다 다양한 공천 방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당헌·당규에 근거를 두고 있고, 낙천자의 재심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가처분 신청 쇄도 현상을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철희 애널리스트는 “한나라당은 현직 단체장이 많아 기존 후보와 새 후보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민주당 후보들은 한나라당 단체장을 교체하자는 여론이 높을 수 있으니 일단 출마만 하면 될 것이란 생각에 승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선 불복이 자칫 ‘정치문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일현 기자


난무하는 지방선거 공천 관련 가처분 신청

◆ 한나라당

- 인천 남구청장 예비후보, ‘후보자 선정 결의 효력정지’ 신청

- 경기도 포천시장 예비후보, ‘공천 심사 금지’ 신청

◆ 민주당

- 광주시장 경선 탈락자, ‘경선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신청

- 서울 금천구청장 후보 탈락자, ‘전략 공천 효력정지’ 신청

- 전북 군산시 기초의원 예비후보, ‘(경선) 효력정지’ 신청

- 나주시장 예비후보, ‘경선 당선인 효력정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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