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탁의원 현장조사 "IT자금 지원 새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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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초등학생용 멀티미디어 교재 개발업체인 D사. 1998년 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1억6천1백만원을 출연받아 제품을 개발했으나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최근 폐업했다.

전자부품을 개발하는 C사는 직원 6명의 소기업. 반도체용 필터를 개발하겠다며 정보화 촉진기금을 신청했고, 평가위원들이 기술개발이 어렵고 상품화 가능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9천1백만원을 지원받았다. 결과는 기술개발 실패.

하지만 이 회사는 이후에도 다른 연구개발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억7천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중소 정보기술(IT).벤처기업들의 주요한 돈줄인 정보화촉진기금 등 IT 정책자금이 중복.특혜.편법지원 등으로 적지않게 오.남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은 국정감사를 위해 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IT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IT.벤처기업 1백27곳을 두달에 걸쳐 현장조사한 결과 ▶융자신청도 하기 전에 융자승인이 나거나▶한 기업이 3년간 25차례나 비슷한 자금을 중복 지원받고▶기술개발 명목으로 지원받았지만 남의 기술을 베끼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윤의원은 "정통부 자금을 받은 21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 기술을 개발해 매출이 발생한 곳은 세곳에 불과했다" 고 말했다.

◇ 주먹구구식 심사와 부적절한 지원=광통신용 소자를 만드는 벤처기업 A는 99년 정통부의 정보통신사업기술개발 지원업체로 선정돼 5억6천만원을 지원받았으나 같은 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벤처창업자금 3억원을 또다시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하겠다고 나선 기술은 이미 LG산전.삼성전자.한국통신 등에서 기술개발을 마쳤으나 시장성 문제로 포기했던 사업. 더구나 자체개발이라고 주장한 핵심 기반기술이 사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B기업은 '외국인 대상 민박사업 및 기독교인 대상의 미팅.결혼정보 제공사업' 을 하겠다며 99년 정보화촉진기금 5천6백만원을 지원받았다.

현재 사무실에 PC 2대를 놓고 영업 중이나 아직 매출은 전혀 없다.

◇ 편법대출 의혹=F기업은 올해 2월 26일 중소기업청에 경영안정자금 5억원을 신청했는데 현장평가를 포함한 모든 평가가 당일 완료돼 자금지원이 승인됐다.

이 회사는 98년 12월 8일에도 구조개선자금을 지원받았는데 그때도 신청한 바로 다음날 심사평가가 완료되고 자금지원이 승인된 바 있다.

G기업은 97년 10월 중진공으로부터 13억4천만원의 구조개선자금을 융자받은 뒤 이 돈을 다 쓰기도 전인 이듬해 3월 다시 똑같은 명목으로 6억6천만원을 신청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신청을 불허해야 하나 중진공은 해당 기업이 먼저 대출받은 돈을 다 쓸 때까지 78일을 기다려 준 뒤 98년 5월 추가로 대출을 승인했다. 본래는 융자 접수에서 승인까지 45일을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윤의원측 주장이다.

◇ 원인과 대책=기금 관계자들은 우선 전문화된 평가위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를 든다. 정통부 관계자는 "어떨 때는 하루에 4~5개 업체의 사업심의서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조사는 엄두도 못낸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자금지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압력 등도 제기된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출연금은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에 자금 지원 후 기업체가 문을 닫아도 어쩔 수 없다" 고 항변했다.

하지윤.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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