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되는 길 한층 힘들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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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래 보장형' 에서 '비(非)보장형' 으로-.

교육인적자원부 자문기관인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가 6일 확정한 의학 전문대학원 계획은 현행 의료인 양성제도의 골간에 대한 대수술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일단 의예과에 합격, 6년간의 과정을 이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면허를 따는 길이 보장돼 왔다. 하지만 추진위 안대로라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2003학년도 이후부터 의사가 되려면 2004년 실시될 예정인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을 포함, 3단계의 시험과 의사면허시험을 봐야 한다.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지 않을 의과대의 입학생도 마찬가지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료인 양성은 각 대학이 알아서 해왔지만 앞으로는 국민 의료의 질 향상 차원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MEET 등 자질 검사를 거치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자연대 등 기초학문 분야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시 학생이탈사태를 우려, 반발하는 등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최종 확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교육부는 추진위의 보고 내용 중 2년 이상 학부과정 이수.85학점 이상 이수 후 MEET를 거쳐 전문대학원 4년과정을 다니면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석사학위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 '2+4' 체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추진위와의 간담회에서 "학부 2년을 다니다 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졸업할 경우 석사학위를 준다는 것은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에게 석사를 주는 것" 이라며 "타 학문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는 입장을 전달했다.

교육부는 대신 전문대학원 입학자격을 학사 학위 졸업자를 원칙으로 하는 '3(조기졸업).4(정식졸업)+4(전문대학원)' 를 제안했다. 또 대학과정.의과대학 과정을 동시에 이수시키는 6년과정의 'B.S.(과학학사)-M.D.(의학석사) 복합학위과정' 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복합학위과정이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의학입문교육과 일반 대학과정을 모두 이수할 경우 학사 학위를 받고 2년간 더 전문대학원 과정을 밟게하는 '4+2' 체제다.

이에 반해 서울대 등 일부 의과대는 '2+4' 체제 도입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오는 10월 전문대학원 체제가 최종 확정되려면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의 경우 기존의 의예과를 폐지할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며, 연세대 등 일부대는 기존의 의예과를 없애고 광역화한 모집단위를 통해 학부 입학생을 받은 뒤 MEET 성적 및 기타 전형 성적으로 전문대학원 입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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