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총리 무슨 생각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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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한동 총리는 결국 김대중(DJ)대통령 편에 섰다. 자민련은 그를 '배신자' 로 비난했다.

李총리가 내세운 잔류 명분은 국정개혁과 대북 화해정책,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李총리는 자민련 일각에서 물밑에서 제시했던 '총리 유임을 결심할 경우 DJ에게 요구해야 할 최소한의 조건' 조차 6일 발표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조건은 DJP공조 재복원 노력 차원에서 자민련 출신 장관들 유임을 金대통령에게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李총리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총리직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참모들은 "李총리가 자민련에 돌아가 봐야 김종필(JP)명예총재가 버티고 있어 허수아비 총재 신세가 된다" 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李총리는 이양희 총장.이완구 총무 등이 자민련 사정을 제대로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자민련으로 복귀할 경우 대권 도전의 꿈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 李총리의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주변에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자민련 총재로 취임하면서 중부권 대표 주자를 자임했다. 이른바 '왕건(王建)론' 이다. 그로서는 'JP대망론' 이 당을 지배하고 있는 자민련에선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민련에 없던 세(勢)가 민주당에서 생길 가능성이 크지 않고, 총리 유임과 사퇴를 둘러싸고 보여준 처신은 내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선 당장은 한나라당과 격앙상태의 자민련이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총리 해임건의안 파고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다. 여권이 그를 끝까지 보호해 줄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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