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몰수·동결조치 철회를 남은 현 상황 타개 나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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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아산은 북한의 발표 직후 장경작 사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북측은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를 철회하고, 우리 정부도 현 상황 타개에 적극 나서 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조치로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들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표현도 썼다.

현대아산이 이 문제와 관련해 남북 모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꿔 말하면 사태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아산은 금강산의 숙박·기반 시설에 약 2260억원을 투자했다. 자산이 몰수된 한국관광공사를 제외한 30여 개 민간 업체도 골프장·호텔·식당 등에 투자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는 이 돈을 모두 손해볼 위기에 처했다. 현대그룹은 시설투자 외에도 금강산 지구의 토지·사업권 확보와 각종 사회간접자본 사업 취득을 위해 총 1조3000억원대의 대북 투자를 한 상태다.

금강산에서 맥주공장·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던 이종흥(50) 금강산코퍼레이션 대표는 “우리 정부를 믿고 북한이라는 특수지역에 2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관광이 2년 가까이 중단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올 초엔 갑자기 쓰러져 열흘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탁·청소 대행업체인 채널라인의 최요식(59) 대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언제 관광이 재개될지 몰라 2년 가까이 손을 놓고 기다렸다”며 “아무 대책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협력업체의 모임인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는 곧 통일부를 방문해 재산권 보호와 지원대책 마련을 호소할 계획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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