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S '개그콘서트' 수다맨 강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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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자, 이제 한 번 말해볼까요오~" 라고 한 뒤 5분여 동안 지하철 노선, 중국식당 메뉴,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하는 각국 축구 랭킹, 나라와 수도, 차(茶)의 종류와 효능…(헥헥), 커피의 종류와 특징까지 줄줄 풀어내는 수다맨. 얼핏 보면 슈퍼맨 복장이지만 배에는 'S' 자가 아니라 수다맨을 상징하는 두꺼운 입술이 새겨져 있다.

KBS2-TV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에서 맹활약 중인 개그맨 강성범(28)은 "요새는 세상을 다 얻은 느낌" 이라고 한다.

이달 중순 그가 주연한 TV CF가 드디어 방송을 타기 때문. 라디오 CF는 이미 세 개를 기록했다. 사실 외모가 장기인 탤런트들과는 달리 개그맨으로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한 CF따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주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외울 수 있을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 비결은 첫째는 노력의 결과고 둘째는 재능에 속하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암기과목을 잘 했어요. 제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93학번)인데요 국.영.수는 낙제점이었어도 암기과목에서는 전체 문제 중 딱 세 개만 틀렸거든요. "

이제까지 제일 안 외워져 고민했던 분야는 법의 날.바다의 날.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었던 반면 목걸이.반지.팔찌 등의 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외울 때는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듯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외기 쉽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또 하나 그의 암기 비결은 한 번 외운 건 되도록 빨리 잊어버린다는 것.

"매주 외워야 할 게 다르니까요, 안 잊어버리면 헷갈려서 안 돼요. "

그래서인지 녹화장에서 혀가 꼬이거나 NG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지금 그의 고민은 수다맨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것.

"두 달 정도 더 하다가 수다맨은 그만 할까 해요. 그만하라고 아우성칠 때 떠나기보다 잘 나갈 때 다른 걸 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거든요. 수다맨 후속은 1인 다역의 변사로 나타나게 될 겁니다. 기대하세요오~. "

1996년 SBS 개그맨 공채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난 1월 제대한 '중고' 신인이다. 공채 동기인 심현섭.지상열 등이 이미 자리를 굳힌 것에 비하면 본격 출발은 늦은 셈이다.

우상균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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