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전시작전권 연기설 실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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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실제로 미국과 논의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전작권 전환을 늦추고 싶어 하는 쪽 같더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은 보수층 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실제로 미국에 공식적으로 제안하느냐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보수층에선 “전작권이 한국으로 이양되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22일 이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전날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에 이어 이날에는 ‘양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보도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양국은 전작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합의한 바가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런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 연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이 대통령과 정부의 속내가 전작권 전환을 늦추는 쪽에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 미 행정부의 기류도 연기 검토(국무부)와 연기 반대(국방부)로 갈려 있는 등 아직 선결조건이 무르익지 않아 섣불리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며 “정부는 그동안 국내 보수층의 ‘전작권 전환 연기 여론’을 미국 행정부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분위기 조성작업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22일 국회에 출석한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한·미 양국 간에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으나 ‘(비공식)논의는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피해 갔다.

정부 관계자는 “6월 캐나다 G20 회의 때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양 정상이 ‘전환 연기 논의를 시작한다’는 데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전작권 전환 연기를 기정사실화하듯 말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할 게 없고, 이미 합의한 일정을 늦추면 그로 인한 부담을 우리가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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