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철근 공급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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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철근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 끝에 철강업체들이 건설사에 철근 공급을 중단했다. 공급 중단이 계속되면 다음 달부터 건설공사·토목공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19일부터 철강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30여 곳의 자재 구매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 이정훈 회장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결정 이후 수차례 가격을 조정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철강사들이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올 2월 철근 가격을 t당 74만1000원으로 5만원 올렸고, 4월에 다시 79만1000원으로 5만원 추가 인상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2~3월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무리한 가격 인상”이라며 대금결제를 미뤘다. 그러고는 “2~3월은 이전과 같은 69만1000원, 4월은 72만1000원을 받으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철강사들은 “밀린 철근 값을 먼저 지불하라”며 거래를 중단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상 월말에 다음 달 가격을 통보하면 건설사들은 다음 달 말에 인상된 대금을 입금한다”며 “그러나 미리 통보했음에도 2월 이후 철근 값을 입금하지 않아 거래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근 원료인 고철의 국제 가격이 2월 t당 360달러에서 3월에 450달러, 4월 현재는 490달러로 급등해 철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건자회의 요구는 원가를 고려할 때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건자회 이 회장은 “기습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t당 10만원이나 인상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 가격을 놓고 철강업체들과 대립한 적은 많지만 공급 중단은 이례적”이라며 “당장은 기존 비축분이나 유통대리점에서 구입한 수입산을 쓰면 되지만 장기화하면 공정 진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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