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류 지원 사회시스템 구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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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재욱 모델이 나온 상품은 뭐든 사고 싶어요. "

이 말은 지금 중국.대만.베트남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 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 문화의 놀라운 파급력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많았다. 독일의 테크노 음악은 전세계 음악 팬을 흥분시켰고 미국의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우리 청소년들을 게임방에 붙잡아 두었다.

이처럼 문화상품은 우리의 의식과 생활 뿐 아니라 시장과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문화상품은 제조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문화와 상품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낸다. 디즈니가 맥도널드 햄버거 메뉴에 만화 캐릭터를 연결한 것이나 자동차 회사 GM이 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해 회사 이미지 개선과 판매신장을 노린 것 등은 '엔터테인먼트 경제질서' 라는 용어로 표현될 정도다.

우리는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보면서 한껏 들떠 있다. 하지만 이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 수 있으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의 소리도 크다.

대중문화 산업의 성장은 상업주의와 자본주의 논리를 기초로 한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 여부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치밀한 기획으로 대중의 문화욕구를 찾아내 상품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민간에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 지원은 단기적인 제도 개선이나 사업 애로요인을 해소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고유 산업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구문모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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