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 연주자들 귀마개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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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교향악단 연주자들에게 귀마개를 쓰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업병 컨설턴트인 앨리슨 라이트 라이드는 23일 영국 공연예술 의학자문단과 영국 교향악단 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도중 발생하는 소음은 청력감퇴, 이명(耳鳴.귀울림)현상은 물론 고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라이드가 영국 교향악단 단원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86%가 소음 때문에 연주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고,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이나 베르디의 '레퀴엠' , 베를리오즈의 '테데움' 같은 대편성 관현악에서는 79%가 '고통' 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는 만성적인 이명 현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음에 따른 신체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또 높은 데시벨의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근육이 수축하면서 손에 땀이 난다. 이 또한 연주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금관악기와 타악기 파트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존 월러스는 "윌리엄 월튼의 '벨사사르의 향연' 을 연주한 후 팀파니 소리가 며칠 동안 귀에서 울려댔다" 고 말한다.

라이드는 "작업장의 소음도 제한 규정을 따른다면 관악기.타악기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의 절반 이상에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며 "팀파니와 금관악기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비올라.더블베이스 주자들도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귀마개를 착용하면 다른 악기의 소리가 불분명하게 들려 앙상블과 밸런스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이다. 따라서 음량은 줄이면서도 연주자들이 듣고자 하는 고음역의 소리는 통과시키고 착용감도 좋은 귀마개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히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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