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100억대 히로뽕 무사통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인천공항의 휴대품 검사가 허술한 점을 노려 1백억원어치의 중국산 히로뽕을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중국을 오가는 무역상으로 가장, 세차례에 걸쳐 히로뽕 3.1㎏을 밀반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李모(42)씨를 구속하고 운반책 鄭모(24.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중국의 마약밀조책 金모(40)씨 등 달아난 일당 세명을 수배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입국자 휴대품은 X선 검색을 하지 않는 점을 이용, 마약 전과가 없는 鄭씨를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 손가방에 넣어 무사 통과=鄭씨는 李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달 히로뽕 1.12㎏을 손가방에 넣어 들여오는 수법으로 세차례 범행을 했다. 鄭씨가 가져온 히로뽕은 9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 6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중국산 히로뽕 1㎏을 들여왔던 두명이 인천지검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네번째 범행에서 붙잡혔다. 지난달 말 대마초 가루를 들여오다 적발된 두명도 이미 10여차례 무사 통과한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허점 때문에 이미 지난해 중국산 히로뽕이 50㎏이나 밀반입됐다" 고 말했다.

◇ 허술한 밀반입 색출=인천세관은 통관절차 간소화를 이유로 개항 때부터 기내에 휴대하는 수하물에 대한 X선 검색을 하지 않고 있다.

탁송화물에 대한 이온스캔 검색기도 폭발물 탐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마약 탐지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약 탐색견도 10여마리에 불과한 데다 1분 정도만 검색해도 후각이 마비돼 모든 짐을 검색하기는 어렵다는 것.

인천공항 관계자는 "항공기 내의 위험물 반입을 막는 일과 승객들의 출입국 간소화 쪽에 공항 운영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마약 밀수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김창우.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