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마루 사건 영화 제작 이토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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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작 때부터 한국에서 상영되기를 열망했는데 이제야 그 소망을 이루게 됐습니다. "

우키시마마루(浮島丸)사건을 영화화한 '아시안 블루' 의 제작자 이토 마사아키(伊藤正昭.69)가 영화의 국내 상영을 앞두고 23일 서울을 찾았다.

1995년 제작된 '아시안 블루' 는 45년 8월 쿄토(京都)앞바다인 마이즈루(舞鶴)항에서 폭발사고로 침몰한 징용 한국인 귀국선 우키시마마루를 소재로 한 작품. 일본인이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보며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뜻깊다. 그런데도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다.

하지만 교토지방법원이 귀국선 폭발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최근 판결한 것을 계기로 광주시민연대(공동대표 김양래)가 이 영화를 들여왔다. 영화는 다음달 17일부터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된다.

"어릴 때 학교에서 조선인들이 차별받는 것을 목격했지요. 그러다가 우키시마마루 침몰 현장을 직접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책임감도 물론 가졌지요. "

'아시안 블루' 는 우키시마마루에 탄 한국인들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일본의 치부를 간접적으로 들춰냈다. 교토의 시민단체가 낸 성금 5천만엔 등 모두 3억엔을 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일본에서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쳐, 제작비의 30%만을 건졌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자랑스러우며 앞으로 한국과 관련한 역사물을 또 만들고 싶다" 고 밝혔다.

선원 출신으로 69년 교토시네마센터를 설립, 제작에 손을 댄 이토는 '눈으로 이야기 하는 할머니' '깡통 샤미센'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25일 귀국할 예정이다.

글=신용호,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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