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구로을 후보 김중권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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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이 서울 구로을 재선거 후보로 김중권(金重權)대표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10.25 재선거의 승부카드를 뽑아들었다. 여당이 당 대표를 내세움에 따라 10월 재선거는 사실상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까지 띠게 됐다.

민주당의 구로을 후보로는 다양한 인물이 거론돼왔다.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장영신(張英信)전 의원의 재출마를 비롯, 김한길 문화부장관.이태복(李泰馥)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재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최중량급을 동원할 필요가 있고, 결국 金대표가 최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당 관계자)" 는 것이다.

金대표도 출마와 불출마의 갈림길에서 오랫동안 갈등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예비주자인 金대표는 "당 대표를 맡고 있는데도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다" 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 때문에 측근들은 "재선거 때 어느 곳이든 출마해 인지도를 높이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고 의욕을 나타냈지만 정작 金대표가 망설여 왔다는 것이다.

서민층이 비교적 많은 구로을구는 金대표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지역조사를 해본 결과 구로을구 유권자들이 지역을 개발할 힘있는 후보거나 아니면 젊고 참신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대표의 선거전략이 '힘있는 후보' 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金대표가 출마하면 한나라당 역시 강자를 내세워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대표를 꺾으면 정국의 주도권을 일거에 확보할 수 있고 金대표가 주장해온 영남후보론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구로을 선거는 과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집권당으로선 당 대표가 출마한 마당이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 역시 사생결단일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金대표의 출마는 민주당 내 대선 예비주자들의 경쟁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金대표는 승리하면 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패배하면 경선레이스에서 퇴장한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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