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물] 서울 동숭동 무애빌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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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동숭동에서 혜화동 로터리 방향으로 대학로 끝자락에 난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화강암이 붙은 건물이 나타난다. 앞에서 보면 삼각형의 뿔 모양을 하고 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 모습이 다양하게 바뀌는 특이한 형태다. 무애빌딩이란 이름의 이 건물은 지하에는 '학전소극장' 공연장이 있고 지상에는 미술품의 상설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전시시설과 이에 부속된 사무 공간이 있다.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도 개성이 돋보이는 건물로 꼽힌다.

무애빌딩은 출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골목 끝을 막아선 빌딩과 마주치면서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가 곰곰 살펴보아야 한다.

일단 입구로 들어서면 골목 바깥의 소란스런 분위기와 판이하게 수도원 입구 같이 좁고 어두운 복도가 나타난다. 사각형의 탁 트인 사무실 건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느낌을 준다.

설계를 담당한 기용건축연구소 정기용 소장은 "도시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한번쯤 길을 잃고 헤매보아야 한다" 며 "이 건물이 주는 당혹감은 쉽게 건물의 배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대다수 건물의 평면적 구조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 이라고 밝혔다.

이 건물의 대지는 혜화동과 동숭동에 한 필지씩 두 필지로 나뉘어 있다. 건물 역시 두개의 삼각형 평면으로 분리돼 있으며 두 동 가운데 만들어진 통로는 막다른 골목길의 출구 역할을 한다. 두 건물의 2.3층을 가로지르는 유리통로는 건물 내의 육교인 셈.

한국예술종합대 김봉열(건축과)교수는 "길과 광장.육교 등 도시적 상황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며 "건물의 형태가 동숭동의 상업주의적 이미지를 비웃는 듯 해 신선하다" 고 지적했다.

신혜경 전문위원

▶위치 : 서울 종로구 동숭동 ▶용도 : 공연시설, 전시시설, 업무시설 ▶규모 : 지하2층, 지상6층 ▶건축면적 : 61평▶연면적 : 352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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