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방문때 김정일 찬양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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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경대 방명록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 (방북 인사 L씨)

8.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했던 남측 대표단 인사들은 백두산.묘향산 등 다른 지역을 참관했을 때도 일부 남측 참가자들의 북한체제 찬양 언행과 방명록 서명이 있었다고 22일 전했다.

18~19일 이틀간 김정일 생가(生家)인 일명 백두산 밀영(密營)을 방문했을 때 金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방명록 서명이 있었다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민화협) 소속의 한 인사는 전했다. 또 대북사업을 추진 중인 재계 인사는 "백두혁명(김정일의 혁명사상)운운하는 내용이 있어 놀랐다" 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강정구(姜禎求)교수의 서명을 목격했다는 K씨는 "姜교수는 17일 오후 김일성 주석이 태어났다는 초가집 참관을 마치고 30여m 떨어진 서명 테이블로 갔다" 며 "이 장면을 북한기자가 꼼꼼히 기록했고 TV카메라로 촬영했다" 고 전했다.

당시 북측 안내원은 "수령(김일성)님께서 혁명의 뜻을 세운 곳이니 글을 남기시라" 며 교수나 단체간부 등에게 집중적으로 서명을 요청했다는 것.

민화협의 다른 인사는 "인민대학습당(우리의 국립도서관) 방문 때는 열람실의 북한 여성이 '그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한 건 남조선의 미군 때문' 이라고 분위기를 잡자, 남측 참석자 일부가 '맞아, 맞아' 라며 맞장구를 쳤고, 일부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도 불렀다" 고 전했다. 묘향산에선 金주석의 밀랍 인형을 참관하고 나서던 일부 여성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고 방북단의 Z씨는 귀띔했다.

통일연대 소속 일부 인사는 '만경대 방명록' 파문과 관련한 서울 분위기를 전해 듣고 북측 안내원들 앞에서 "(정부가)국가보안법으로 잡아 넣으려면 맘대로 하라 그래" "언제 정부 무서워서 통일운동 못했나" 라는 등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조민근.남궁욱.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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