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격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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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동 분쟁의 핵심인 동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내각성명을 통해 5천만달러의 예산을 투입, 주택.교통.교육시설 등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독립 후 수도로 삼기로 한 지역이어서 가까스로 합의한 중동 회담 재개에 최대의 악재로 떠오를 전망이다.

◇ "예루살렘은 하나의 도시" =샤론 총리는 동예루살렘 개발계획이 지난달 팔레스타인 대표기구인 오리엔트 하우스를 폐쇄한 조치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모두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활동을 차단하고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하면서 "후속조치가 잇따를 것" 이라고 말했다.

동예루살렘의 귀속권에 관한 한 팔레스타인측의 주장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샤론 총리는 "예루살렘은 쪼갤 수 없는 단일 도시" 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11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무력분쟁을 끝내고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팔레스타인은 미래의 수도이며 이슬람 제3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귀속권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현재의 입지는 지난해 중동분쟁 재발 이전보다 더욱 약화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오리엔트 하우스 점령으로 외교활동의 거점을 잃은 데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동예루살렘 개발계획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 새로운 중재자 독일=이같은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와는 별도로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의 중재로 양측의 대화가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피셔 장관은 같은 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한 뒤 "아라파트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만나 회담키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회담은 이르면 다음주에 열리며 회담장소로는 베를린의 피셔 장관 집무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영준 기자

***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요르단의 지배 하에 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1980년엔 서예루살렘에 병합한 뒤 "예루살렘은 나눌 수 없는 이스라엘의 수도" 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국제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은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지' 라면서 이스라엘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독립 정부를 수립한 뒤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겠다는 것.

양측이 동예루살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과 이슬람교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함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양측의 입장차는 93년 오슬로 합의에 따른 평화 정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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