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자 쇼핑몰 신용카드 도용 피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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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0분 전 인터넷 완구사이트에서 38만원어치 주문하신 게 맞나요?"

"아뇨. 그 시간에 저는 인터넷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요. "

회사원 A씨는 지난달 10일 누군가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하고 모의권총 등을 샀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의 카드는 지갑 안에 멀쩡히 있었지만 은행에 결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트북 구입과 외국의 포르노 사이트 이용 등에 3백40여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신용카드 도용범에게 마구 물건을 내줬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의 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 주문이 가능한 인터넷 쇼핑몰의 허점을 이용해 남의 카드를 도용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상의 카드 도용은 도난이나 분실과 달리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대금 청구서를 받고 나서 뒤늦게 카드사에 보상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해 남의 신용을 훔치는 범죄는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1천1백61건에 달했다. 6개월 동안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4백79건)의 두배를 넘어선 것이다.

회사원 B씨는 지난 9일 인터넷 서비스요금 1백17만여원이 적혀 있는 법인카드 명세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B씨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카드사는 "신고일 전 25일 이내에 부정사용한 금액은 보상해 주지만 대부분의 카드 도용이 보상기간 전인 지난 6월 말~7월 초에 집중돼 있어 본인이 결제할 수밖에 없다" 고 답했다.

신용카드 도용 피해가 느는 것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들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 주문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카드 결제 때 비밀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등 본인 여부를 확인하려면 2백원의 별도 요금을 물어야 해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2백여개 업체의 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전자결제업체인 L사 관계자는 "비밀번호 등으로 본인 여부 확인 서비스를 하는 쇼핑몰은 전체의 5%인 11곳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나현철.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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