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은 못믿어" 미국 홈 스쿨링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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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키는 일명 '홈 스쿨링' 이 최근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1994년에서 99년 사이 미국의 홈 스쿨링 학생 수는 36만명에서 85만명으로 급증했다. 미국 전체학생 5천여만명의 1.7%가 부모를 스승 삼아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교육부가 전국 5만7천여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미 전체인구를 대입한 추정치로, 교육전문가들은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홈 스쿨링 교재 판매량을 근거로 할 때 홈 스쿨링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2백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이처럼 홈 스쿨링이 급증하는 이유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미 전국 홈 스쿨 네트워크는 "과거 미국의 홈 스쿨링은 전통적으로 종교색채가 짙은 가정 또는 진보적인 가정에서 주로 행해졌으나 최근에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공교육을 못 미더워하는 고학력자 부모들이 주로 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이 네트워크는 "이같은 추세로 미루어 조만간 홈 스쿨링이 미국 교육방식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 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홈 스쿨링을 선호하는 가정이 느는 또 다른 이유로는 ▶부모가 손수 자녀교육을 해 부모.자식간에 애정이 커지고 ▶학교에서 급우들과 어울리면서 잘못된 도덕관.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대학교도 "홈 스쿨링 학생들이 대입자격고사(SAT)등에서 정규 학교 출신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또 진취적이고 호기심이 강해 교내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홈 스쿨링 학생의 18%는 정규 학교에서 일부 학과목을 파트타임식으로 수강하고 있으며 11%는 홈 스쿨링 교재보다 공립학교의 교재로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똑같은 교과과정대로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8%에 불과했다.

또 과외활동을 하는 홈 스쿨링 학생은 6%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은 대외적인 접촉이 거의 없이 집에서 머물며 공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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