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풍 하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북 소행이라 말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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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이 대통령,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와 관련, “미국·영국·스웨덴·호주는 조사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조사 보고서에도 합동으로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결과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정세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개입 여부는 오래가지 않아 규명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합동조사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시비가 생길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이 6·2 지방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북풍(北風)’ 우려에 대해 “북풍을 하겠다고 했으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 같다’고 얘기하지 않았겠느냐. 야당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재검토 논란에 대해선 “군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문제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군 개혁에 대해선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다. 국방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천안함을 계기로) 더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시간보다 20여 분 긴 1시간43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과 3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 만이다. 3당 대표는 북한 배후 가능성 등을 놓고 시각 차를 드러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홀로’ 국정조사를 주장했지만 나머지 세 사람의 반대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를 만들자는 데까지만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특히 이회창 대표는 몇몇 사안에서 여권과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여야 3당 대표들을 본관 입구까지 배웅하면서 “고마웠다. 반가웠다”고 사례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다음은 청와대와 각 당의 브리핑을 토대로 한 주요 대화록.

◆침몰 원인 규명

▶정세균 대표=“ 기밀주의 버리고,(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얘기하라.”

▶이 대통령=“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감출 것 없이 나오는 대로 다 공개할 것이니 조사과정과 결과에 믿음을 가져달라.”

▶정세균 대표=“생존자들이 원인을 알지 않겠나.”

▶이 대통령=“나도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는 뭐라고 답할 수 없다. (그때까지는) 신중하게 가는 게 좋다고 본다. 결론이 나오면 세 분에게 먼저 얘기하겠다.”

▶정세균 대표=“(여론조사 보니) 정부 발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불신하더라.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이회창 대표=“(국정조사보다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북한 배후설과 대응

▶이회창 대표=“사건 해역은 북한 잠수함 출몰지역이다. 민주당이 ‘북한 개입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유감이다.”

▶이 대통령=“이미 (원인이)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 압력(폭발)이라고 하는 것은 확인됐다. 어뢰든 기뢰든 무슨 조각이 나와야 과학적 조사를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그것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북한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도 중단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무력 대응을 안 할 것’이란 선입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몽준 대표=“연평해전 연장인지, 새로운 현상인지 규명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이회창 대표=“(민주당이) 북풍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세균 대표=“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북풍이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정몽준 대표=“만약 북한의 공격이라면 (중국과) 함께 대응을 도모해야 한다.”

◆군 책임자 문책

▶정세균 대표=“사고 20일이 더 지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문책을 해야 한다.”

▶이회창 대표=“조사 단계에서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이 대통령=“책임을 안 묻겠다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상 어느 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군의 사기도 고려하면서 책임을 더 엄격하게 묻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

▶정세균 대표=“조사를 받아야 할 군이 조사단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대통령=“현재 (조사단) 민간위원장을 MIT와 하버드에서 공부한 전문가로 고심 끝에 찾았는데, 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달라.”

글=남궁욱·백일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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