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5개의 직업을 가진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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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 50사단 정비근무대에 근무하는 이말성(45.9급 군무원)씨는 부대 안팎에서 '바쁜 인생' 으로 통한다.

군무원 외에 조계종 법사, 두개 대학의 학생, 생명의 전화 상담원, 5개 분야의 기능사 자격 보유자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이다.

부대 상.하급자들의 두터운 신망 속에서 수리할 부품의 출납 업무를 맡고 있는 李씨는 퇴근 후 더 바빠진다.

그는 1999년 덕원불교대에서 2년 과정을 수료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이 학교 불교학생회의 지도법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올해엔 대구기능대 환경공학과 야간 과정에도 등록했다.

이같은 향학열에 대해 그는 "농촌에서 태어나 배움의 기회가 모자랐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李씨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진주 대동기계공고를 나왔다. 80년 기술하사관으로 군에 들어온 뒤 쉼없이 공부해 자동차 정비.전기 용접.주조.지게차 운행 기능사 자격증을 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이 덕분에 그는 종종 산업인력공단 기술자격시험의 감독관으로 선발된다.

봉사활동도 그의 관심분야다. 李씨는 5년째 대구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사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고 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며 쌓아온 산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준다. 부대에서도 후배 병사들의 고충 상담은 李씨의 몫이다.

동네에서는 철마다 경로잔치를 연다. 노모가 계시는 경남 함양 고향마을에서는 '요즘 자식들 같지 않은 효자' 로 소문나 있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모르겠다" 는 李씨는 후배 병사들에게는 늘 "젊어서 땀을 아끼지 말라" 는 조언과 함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구=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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