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나카무라 신야-송태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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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백28은 손실만회 노린 보복적 협공

제2보 (22~44)=느리고 두터운 22에서 나카무라8단의 전투적 기풍이 은은히 배어나온다. 그는 멀리 흑▲들의 엷음을 노리며 힘을 비축하고 있다. 23으로 한껏 다가선 송태곤(15)2단.

그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대단한 싸움꾼으로 소문나 있다. 기재(棋才)로 알려진 宋2단은 강북의 명문 허장회 도장에서 일찍부터 유망주로 손꼽혔다. 입단도 동문의 박정상(17)2단보다 빨랐다.

그러나 프로세계에 와서는 끈기 좋은 朴2단에게 밀리고 있었는데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분발의 기회를 잡았다.

예선에서 만난 최철한3단.장주주(江鑄久)9단 등은 강력한 상대들이었으나 宋2단의 날카로운 전투감각에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23은 A의 급소를 노린 수. 24는 그걸 피하며 동시에 멀리 27의 건너붙임을 노린 축머리.

따라서 25, 27의 수비는 화급한 수며 28은 실리 손실을 만회하려는 보복적인 협공. 암암리에 살기 띤 몇 합이 오갔다. 그 숨가쁜 호흡이 판을 꽉 채우고 있다. 29로는 B에 두어 한점을 버려도 좋다고 한다. 백은 C로 뛰겠지만 백돌의 투자가 이미 많은 터라 아깝지 않다는 것.

하지만 전투적 기풍의 소유자들은 여간해 돌을 죽이지 않는다. 죽인다는 것은 곧 '계산' 이며 '타협' 이기 때문이다. 32도 느긋하다. 이렇게 천천히 힘을 모으는 기사들은 대개 잔수가 강하다.

물론 싸움이 주특기가 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宋2단은 33으로 집을 벌어두었고 34에도 35로 여유를 보인다. 그러나 36이 표범의 발톱처럼 준엄했으며 宋2단은 끝내 44라는 뜨거운 일격을 당했다. 백 호조의 흐름.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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