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통하고 불친절"…손님 내모는 '관광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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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캐나다인 관광객 베티 붑(26.여)은 이달초 숙소인 잠실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영어라곤 한마디도 안 통하는 30대의 젊은 운전기사가 한강 다리를 세번씩이나 건넜던 것.

"서울에 강은 하나뿐인데 대체 몇번을 건너느냐" 고 손짓까지 섞어 항의하자 운전기사는 버럭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며 한남대교 북단 교통초소 부근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요금이 미터기로는 1만원쯤 나왔지만 2만원을 요구해 거스름돈도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 붑은 차 번호를 적어 부근 파출소에 갔으나 의사소통이 안됐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의 파출소를 찾아갔는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에 3년 머물면서 불량배나 택시기사에게 여섯번이나 폭행당하고도 경찰의 도움을 한번도 못받았다던 미국인의 불평이 실감난다" 고 첫 한국 방문의 느낌을 말했다.

정부가 월드컵에 대비해 올해를 '한국 관광의 해' 로 정했지만 이처럼 짜증과 불만을 품고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오히려 크게 늘어 구호뿐인 관광정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 신고센터에 올 상반기 접수된 외국인들의 신고는 2백35건. 지난해 같은 기간(1백69건)에 비해 39% 늘었다. 매년 조금씩 줄어오던 것이 관광의 해에 거꾸로 치솟은 것이다.

또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당초 목표(10%)를 한참 밑도는 0.2%에 그쳤다.

정부는 1999년 이후 매년 관련부처.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하는 대통령 주재 관광진흥 확대회의를 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관광상품 개발에만 주력해온 탓이다.

올해의 경우 예산 84억원 중 지방축제에 50억원, 해외홍보에 14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서비스 쪽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불편신고 중 택시에 대한 신고가 59건(지난해 상반기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항.항공기 이용 및 출입국 절차 불편도 6건에서 28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관계부처는 가장 큰 원인을 관광 종사자들의 의식 문제로 돌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광객 안내 시스템의 후진성을 지적하고 있다.

성호준.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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