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노예제도 혜택 전력 때문에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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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로 개교 3백주년을 맞은 미국의 예일대가 지난 시절 노예제도의 혜택을 입은 과거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17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에 따르면 예일대의 어두운 과거는 앤서니 더그데일(철학 전공) 등 이 대학 박사과정 학생 세 명에 의해 공개됐다. 이들은 최근 흑인노예해방운동 단체인 '아미스타드 위원회' 의 도움으로 '예일, 노예, 노예제 폐지' 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을 통해 이들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노예제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이 방면 연구를 선도해 온 예일대는 노예상인들의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조성했으며 교수 월급과 대학 도서관 운영비 등도 상당 부분 이들의 기부금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학측이 1930년~70년대 사이에 새로 지은 대학건물들에 노예상인이나 노예제 옹호론자들의 이름을 붙였다고 폭로했다.

저명한 노예폐지론자 제임스 힐하우스의 이름을 딴 중학교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대학건물에 노예제를 강력히 지지했던 모스 부호의 발명자인 새뮤얼 모스의 이름을 붙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코네티컷주(州)뉴 헤이번에 위치한 예일대 캠퍼스 안의 기념탑 '명사' 명단에 올라있는 존 C 캘훈 전 부통령은 대표적인 노예제 지지자였다.

이에 대해 예일대측은 "노예해방이 있기 전까지 노예제의 질곡으로부터 자유로운 미국인이나 기관은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측은 1876년 미국 최초로 흑인학생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98년 노예제 연구를 위한 길더-레르만센터를 개원한 것 등 예일대가 추진해온 진보적인 정책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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