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 약세달러 기조 유동성 장세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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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저금리.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자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 장세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번주 초 은행.건설.증권주 등 이른바 저금리 수혜주 3인방이 연일 급등하면서 장세를 주도한 데 이어 주 후반부터는 항공.해운.전력 등 달러 약세 수혜주 3인방이 여기에 가세했다. 국내 증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와 원화강세(달러약세)가 늦여름 증시의 최대 원군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단계적 상승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저금리와 달러약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지수 상승→조정→지수 상승의 과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미 정부의 달러약세 정책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 이라며 "이에 금리 하락에 따른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더해져 이달 말까지는 6백3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고 주장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연초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 때마다 순매수 규모를 늘려온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차익을 노린 투자가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고객 예탁금이 관건=그러나 일부 증시 관계자들은 유동성 장세에 대해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직 고객예탁금(17일 현재 7조8천억원)에 큰 변화가 없고 기관투자가의 매수세도 약하다는 것이다.

"달러약세가 미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전세계 경기침체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교보증권 김정표 책임연구원)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경기저점의 3~6개월 전부터 유동성 장세가 전개된 전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는 주장도 나온다.

굿모닝증권 서준혁 연구원은 "최근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식매수 여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고객예탁금이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며 "유동성 장세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의 상승탄력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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